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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화장실 이야기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장소(2007/10/05)
  • 작성일2012/10/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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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의 작성 날짜 : 2007/10/05 10:34:51

 

 

 

 

 

 

옛 중국인들은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장소로 삼상(三上)을 꼽았다고 한다. 잠자리인 침상(寢上)과 말 잔등 위인 마상(馬上), 그리고 또 한곳이 변기 위인 측상(厠上)이다. 현대그룹 왕자의 난 때 그룹 후계자가 반대편에 선 계열사 사장을 "화장실 생각을 회의석상에서 꺼내지 마라"고 비난했던 사실이 알려져 세간의 이야깃거리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극작가 아서 밀러는 '화장실에서의 교양 연마'를 권장하기도 했다니 사고작용에 부적당한 장소는 아닌 성싶다.

우리 전통사회에선 배설물은 거름으로 필요했지만 화장실은 '멀수록 좋은 곳'이었다. 일제강점기 때 이른바 문화주택을 지으면서 화장실을 비로소 집 건물 내부로 끌어들였고 세면기 욕실 등이 함께 갖춰지기는 1962년에 분양한 마포아파트가 처음이라고 한다. 화장실이란 말 자체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게 서울올림픽을 전후해서이다. 이후 정부와 시민단체 지자체 등이 합심, 화장실문화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이 한 수 배워갈 정도이다. 지난해엔 AP통신과 이타르타스 통신이 '한국이 화장실 혁명을 이끈다'는 기사를 전 세계에 보내기도 했다. 고전음악이 흐르고 꽃과 액자로 단장된 한국식 화장실 문화 전파를 연예인의 해외 진출에 이은 제2의 한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가 열린다고 행정자치부가 밝혔다. 중국 캐나다 몽골 터키 등 70여 개국을 초청, 초대 회원국으로 등록시킨다는 게 조직위의 구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1999년에 정·관·학·기업계 인사들로 한국화장실협회가 설립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행자부는 우리나라에 설치될 협회 본부를 유엔산하 공식기구로 격상시키고 화장실 세계 표준화 작업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6·25 때 미군 고문관이 한국군 병영에 오면 맨 처음 화장실 청결 문제부터 지적했다는 것을 상기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