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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화장실 이야기

교실은 2011년, 화장실은 1980년대(2011/10/19)
  • 작성일2012/11/1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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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의 작성 날짜 : 2011/10/19 08:53:03

 

 

 

 

 

 

“화장실 냄새가 싫어서 대변은 참았다가 집에 가서 해결해요.”(서울 도봉초등학교 6학년 ㄱ양)

“화장실에 휴지가 없어 짜증나요. 거미줄도 많아요.”(서울 동대문중학교 3학년 ㄴ양)

“변기가 자주 막히고 정화조 냄새가 올라와요.”(서울 풍문여고 3학년 ㄷ양)

머지않아 종이 교과서와 칠판이 사라진다는 ‘스마트 교육’ 시대, 학교 화장실은 아직 1980년대 수준이다. 낡고 더러운 데다 숫자도 충분치 않아 학생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14일 도봉초등학교. 4층으로 된 이 학교에는 각 층에 1개씩 화장실이 있었다. 남자화장실에는 서양식 좌변기 1개·동양식 변기 1개·소변기 4개가, 여자화장실에는 서양식 좌변기 1개·동양식 변기 4개가 있었다. 휴지는 바깥쪽 벽 한 곳에만 배치돼 있었다.

화장실은 어둡고 냄새가 났다. 천장이나 바닥의 타일이 깨진 곳도 많았다. 이 학교 4학년 ㄹ양(10)은 “냄새가 많이 난다. 낙서가 많은 것도 싫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은 집에서 사용하던 서양식 좌변기에 익숙해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을 꺼렸다. 안암초 2학년 학생은 “학교에서 대변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앉는 게(서양식 좌변기가) 더 좋다”고 했다.

성북구 용문중 2학년 ㅁ군(14)은 “화장실에 환풍기가 하나밖에 없어 환기가 잘 안된다”며 “어떤 아이들은 냄새난다고 옆에 있는 용문고 화장실까지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용문고 1학년 ㅂ군(16)은 “본관은 괜찮은데 신관 화장실은 냄새가 난다”며 “화장실이 모자라지는 않지만 휴지가 전혀 없고, (서양식) 좌변기도 없다”고 했다. 풍문여고 2학년 ㅅ양(18)은 “변기가 자주 막혀서 못 쓰는 칸이 언제나 1~2칸씩은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2학년 ㅇ양(18)은 “겨울에는 변기가 얼 때도 있다”고 했다.

중랑구 태릉고의 김해양 학생부회장은 지난 5월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학교 화장실 대부분의 문고리와 문은 고장나 있고, 변기와 세면대 등도 오래됐다. 파견이라도 나오셔서 심각성을 파악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 화장실. 벽면에 붙어 있는 화장지걸이는 망가졌고, 휴지도 비치돼 있지 않았다.
이후 5개월이 지났지만 이 학교 화장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난 14일 찾은 태릉고의 3학년 남자화장실에선 담배꽁초가 눈에 띄고, 서양식 좌변기는 앉기 힘들 정도로 지저분했다. 2층 남자 화장실에서는 한 칸의 문짝이 완전히 떨어져나간 것이 눈에 띄었다. 행정실 관계자는 “화장실이 너무 오래돼 타일과 수도관이 낡은 탓에 전면 보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실 보수 예산을 신청했는데,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 나왔다. 화장실 칸막이를 교체하고 나니 돈이 다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학교 화장실 청소는 대부분 청소노동자 1~2명이 전담한다. 청소는 하루 한 번꼴로 이루어진다. 동대문구 청량고 3학년 ㅈ양(18)은 “아주머니 두 분이 교대로 청소하시는 것 같은데, 아침에 한 번 청소하시고 나면 곧바로 더러워진다”고 말했다.

화장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아이들은 용변을 참기 위해 물을 마시지 않기도 한다. 학부모 조모씨(51)는 “딸아이가 ‘우리 반의 10% 정도는 학교에서 화장실을 전혀 안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ㅊ씨(42)는 “아파트단지 학교에 근무할 때 보니, 집이 바로 학교 앞인 아이들은 쉬는 시간 10분 사이에 용변을 보기 위해 집에 뛰어갔다 오기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