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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투어(07/05/31)
  • 작성일2012/10/26 13:40
  • 조회 601
해당 글의 작성 날짜 : 2007/05/31 09:57:42

 

 

 

 

 

화장실만큼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공간도 드물다. 문을 걸고 들어가 있으면 누구에게도 방해 받아서는 안 될 배타적인 곳으로 변한다.

불가에서 해우소(解憂所)라고 부르는 것도 혼자만의 공간에서 근심을 풀 수 있다 하여 이름 붙였을 것이다.

정호승의 시 ‘선암사 해우소’는 그런 화장실의 의미를 알기 쉽게 전해준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화장실은 집이건 바깥이건 ‘나’ 아닌 다중이 함께 이용하는 공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흔히 화장실을 그 사회,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쓰곤 한다.

15년 전 일본 홋카이도에 출장 갔을 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이용했던 화장실은 일종의 문화 충격이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물기 하나 없는 타일과 꽃 장식이 놓여진 회랑을 지나서야 일을 볼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얼마전 다녀온 중국의 베이징도 올림픽을 앞두고 화장실 업그레이드에 힘을 쏟는 모습이 역력했다.
곳곳에 높은 빌딩이 죽죽 올라가고 거리의 미관을 다듬는 것은 물론이고 문 없는 화장실의 도시라는 악명을 떨치기 위해 깨끗하고 쾌적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우리가 아무런 불편없이 이용하는 화장실이지만 전 세계에서 화장실 없이 생활하는 사람이 26억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놀랍다.

어제부터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준비이사회는 화장실 없는 지구촌 사람들을 위해 뜻과 실천을 모으는 회의다.
빈곤층의 화장실을 개선하고 올바른 화장실 문화를 정립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비용은 회원국 화장실협회의 회비, 빌 게이츠 재단 등으로부터의 기부, 자체 수익사업으로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몽골, 브라질, 필리핀 등 11개국 20명의 준비이사들은 내일 화성행궁 등 수원 일대의 선도적인 3곳의 화장실 투어를 가진다고 한다.

오는 11월 70개국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 총회가 지구촌 이웃을 돕고 우리의 화장실 문화도 한단계 올리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