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Q&A
그 시절을 아시나요(2007/03/25)
- 작성일2012/10/26 13:38
- 조회 555
해당 글의 작성 날짜 : 2007/03/25 04:18:46
“우리학교 화장실에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겁에 질려 온몸을 바르르 떨며 낮에는 곧잘 얘기하면서도 밤이 되면 집안에 있는 화장실도 가지 못해 어른을 동원해야 했던 두 아이가 어느새 훌쩍 커서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변함없는 건 가끔씩 이런저런 화장실 얘기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묶었다 한다는 것이다.
밤 12시에 학교 화장실에 가면 달걀귀신이 있다고 믿은 때가 있었다,
때늦은 눈이 3월 대지에 이불을 덮던 밤, 호기심이 발동한 우리는 그 진상을 확인하자며 학교로 몰려갔었다. 그러나 일행 중 누군가의 비명에 필사적으로 집을 향해 뛰었고 골목 모퉁이를 도는 순간, 뭔가가 퍽! 하고 나를 때렸다.
‘아, 달걀귀신의 짓인가 보다’
무서움만큼이나 며칠 동안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던 내 코는 엄마가 발라준 된장 덕분인지 흉터 없이 차츰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가끔씩 친구들이 내 코를 부러워 할 때면 나는 그 사건 때문에 내 코가 남들보다 유난히 오똑한 줄 알고 오히려 싫었었다.
물론 담벼락에 부딪혀 난 상처였음을 커면서 알게 되었지만 달걀귀신의 진상은 아직도 수수께끼다.
버림으로써 즐거움을 얻는 곳, 뒷간은 멀어야 좋다는 속담까지 내걸고 외면했던 화장실이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화장실 문화를 바꿔보자는 소리 없는 혁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미 다른 나라에는 화장실이 손님들의 매상까지 올리는 그야말로 화장실 전쟁까지 하고 있다.
일본 어느 음식점에는 ‘열려라 참께’를 외치면 화장실 문이 열리고 휴지를 쓰려는 순간 맞은 편 벽에 서 있던 괴물이 휴지를 덜컥 내미는 아주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고객을 끄는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이렇게까지 거창한 모방을 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작지만 아름다운 공간, 사색을 할 수 있고 휴식공간이 될 수 있다면 근심을 푸는 곳이란 뜻으로 스님들이 지었다는 해우소란 이름에도 걸맞지 않을까?
화장실 청결 실명제, 이것은 또 어떠할까? 집 밖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화장실이 평화로운 향기가 흐르는 공간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뒷사람이 사용해도 처음 사용하는 것처럼 아무 불편 없는 배려, 화장실은 멀어야 좋다는 의식을 깨고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소리 없는 혁명을 오늘도 나는 기대해 본다.
먼 후일, 지금의 내 아이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도 화장실 얘기로 꽃을 피울까?
아무리 화장실 문화가 바뀐다 해도 그 옛날, 바다 속에는 아름다운 인어공주가 살고, 아름다운 오색무지개가 하늘이 내리는 선물이며, 화장실에 달걀귀신이 있다는 어른들 얘기가 사실이 아닌 줄 알지라도, 그대로 믿었던 어릴 적 순수한 동심만큼은 지금의 우리 아이들도 그대로 배우며 커주길 소망해 본다.
화장실 창문을 밀치고 걸어 들어오는 달빛이 씩씩하다.
“얘들아, 화장실에 달걀귀신이 있다고 믿던 그 시절 그 때를 아니?”
- 황인숙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겁에 질려 온몸을 바르르 떨며 낮에는 곧잘 얘기하면서도 밤이 되면 집안에 있는 화장실도 가지 못해 어른을 동원해야 했던 두 아이가 어느새 훌쩍 커서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변함없는 건 가끔씩 이런저런 화장실 얘기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묶었다 한다는 것이다.
밤 12시에 학교 화장실에 가면 달걀귀신이 있다고 믿은 때가 있었다,
때늦은 눈이 3월 대지에 이불을 덮던 밤, 호기심이 발동한 우리는 그 진상을 확인하자며 학교로 몰려갔었다. 그러나 일행 중 누군가의 비명에 필사적으로 집을 향해 뛰었고 골목 모퉁이를 도는 순간, 뭔가가 퍽! 하고 나를 때렸다.
‘아, 달걀귀신의 짓인가 보다’
무서움만큼이나 며칠 동안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던 내 코는 엄마가 발라준 된장 덕분인지 흉터 없이 차츰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가끔씩 친구들이 내 코를 부러워 할 때면 나는 그 사건 때문에 내 코가 남들보다 유난히 오똑한 줄 알고 오히려 싫었었다.
물론 담벼락에 부딪혀 난 상처였음을 커면서 알게 되었지만 달걀귀신의 진상은 아직도 수수께끼다.
버림으로써 즐거움을 얻는 곳, 뒷간은 멀어야 좋다는 속담까지 내걸고 외면했던 화장실이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화장실 문화를 바꿔보자는 소리 없는 혁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미 다른 나라에는 화장실이 손님들의 매상까지 올리는 그야말로 화장실 전쟁까지 하고 있다.
일본 어느 음식점에는 ‘열려라 참께’를 외치면 화장실 문이 열리고 휴지를 쓰려는 순간 맞은 편 벽에 서 있던 괴물이 휴지를 덜컥 내미는 아주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고객을 끄는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이렇게까지 거창한 모방을 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작지만 아름다운 공간, 사색을 할 수 있고 휴식공간이 될 수 있다면 근심을 푸는 곳이란 뜻으로 스님들이 지었다는 해우소란 이름에도 걸맞지 않을까?
화장실 청결 실명제, 이것은 또 어떠할까? 집 밖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화장실이 평화로운 향기가 흐르는 공간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뒷사람이 사용해도 처음 사용하는 것처럼 아무 불편 없는 배려, 화장실은 멀어야 좋다는 의식을 깨고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소리 없는 혁명을 오늘도 나는 기대해 본다.
먼 후일, 지금의 내 아이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도 화장실 얘기로 꽃을 피울까?
아무리 화장실 문화가 바뀐다 해도 그 옛날, 바다 속에는 아름다운 인어공주가 살고, 아름다운 오색무지개가 하늘이 내리는 선물이며, 화장실에 달걀귀신이 있다는 어른들 얘기가 사실이 아닌 줄 알지라도, 그대로 믿었던 어릴 적 순수한 동심만큼은 지금의 우리 아이들도 그대로 배우며 커주길 소망해 본다.
화장실 창문을 밀치고 걸어 들어오는 달빛이 씩씩하다.
“얘들아, 화장실에 달걀귀신이 있다고 믿던 그 시절 그 때를 아니?”
- 황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