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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화장실도 韓流?! (2006/02/23)
- 작성일2012/10/1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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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의 작성 날짜 : 2006/02/23 16:21:51
“길거리에 있는 공중화장실이 어떻게 특급호텔 화장실보다 더 깨끗하고 아름다울 수 있습니까.” 감탄을 늘어놓던 그는 안내하던 한국인들에게 화장실 설계도와 한국 화장실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란도 의원은 이 자료를 평소 화장실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 왔던 브라질 론도니아(Rondonia)주 관료들에게 건넸다. 현재 론도니아주 시의회는 한국을 모델로 ‘화장실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확보해 화장실 건설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을 연구하고 있는 브라질이 한국 화장실문화까지 받아들인 것이다.
한국 화장실에 가장 관심이 깊은 나라는 중국이다. 지저분한 화장실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이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의 화장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CCTV, 인민일보, 북경TV, 신화통신 등 유력 언론엔 한국 화장실을 배우자는 기사가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인민일보 6월 18일자에는 “한국 화장실은 청결함과 위생은 말할 것도 없고 문화의 향기로 곳곳이 덮여 있어 화장실에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한국인들은 ‘식(食)문화’뿐 아니라 ‘변(便)문화’도 중요시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화장실문화연대 표혜령 공동대표는 “불과 4~5년 사이에 화장실 문화가 완벽하게 바뀐 한국이 중국 입장에서는 최고의 모델로 손꼽히고 있다”며 “한국을 찾은 중국 여행객들 중에는 예쁜 화장실만 골라 구경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과 LA타임스에도 2002년 6월 비슷한 기사가 실렸다. “한국 수원의 한 공중화장실에는 바이올린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고, 곳곳에 아름다운 그림액자가 걸려 있다”는 내용이었다.
5~6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을 소개하는 여행책자에서는 ‘한국 화장실은 불결하기 때문에 백화점이나 호텔에서 미리 볼일을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낯뜨거운 문구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당시와 비교하면 한국 화장실에서 천지개벽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변화가 일기 시작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계기였다. 심재덕 의원은 “청결하고 위생적인 것으로 소문난 일본에 비해 공동개최국인 한국 화장실은 너무 더러워 ‘나라망신’을 당할 위기였다.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시민단체와 정부, 언론사가 나서서 화장실 바꾸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져 지금처럼 바뀌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화장실법(法)’이 있는 유별난 나라가 됐다. 행정자치부 균형발전팀 관계자는 “2003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공중화장실등에 관한 법률’에는 ‘여자화장실 변기 수가 남자화장실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이 되도록 여자화장실 변기 수까지 정해 놓았다. 화장실에 인권 개념까지 도입된 것”이라고 했다. 당시 의원들은 “별 희한한 법 다 보겠네”라고 키득거리면서도 180대 0으로 이 법을 통과시켰다.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이 법에 근거해 조례를 만들었다.
지자체끼리 아름답고 예쁜 화장실 만들기 경쟁이 벌어지는 것도 한국만의 특징. 이러다 보니 화장실에 향수, 음악, 그림, 화분, 비데, 온열변기 등 별별 장치가 다 동원된다. 심재덕 의원은 “다른 선진국 화장실도 깨끗하기는 하지만 공중화장실이 문화공간으로까지 바뀐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앞으로 30여개국이 참석하는 세계화장실협회 회의를 한국에 유치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한국이 화장실로 우쭐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공중화장실은 많이 개선됐지만, 초·중·고등학교의 화장실은 아직까지 수준 이하다. 표혜령 대표는 “내년부터는 교육시설 화장실까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화장실 개선 운동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석우 기자]